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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시장 떡볶이집들

작성자 : gwansik
입력 : 2017-10-02 월 18:10
수정 : 2018-09-30 일 20:46

 가끔 울산에 오면 떡볶이 먹으러 간다. 부모님께서 신정시장 근처에 사시는데, 이곳 신정시장엔 대략 5~6개 떡볶이집이 있다. 이 중 내가 가는 곳은 2곳이고, 나머지 떡볶이집들은 먹어본 후 안간다. 

 2곳 중 하나는 간판도 없이 한 60대초쯤?으로 보이시는 아줌마가 떡볶이와 어묵, 순대, 호떡을 팔고, 또 한곳은 섹시한떡볶이 집으로 40대후반? 아줌마가 비교적 넓직한 자리에서 떡볶이, 어묵, 순대, 튀김, 김밥을 판다. 둘다 맛이 괜찮지만, 간판없는 떡볶이집이 더 맛있다. 그런데 간판없는 집은 영업안할때가 많다. 떡볶이 팔다가 재료 떨어지면 없다고 해버리고, 어느 때는 빨리 팔아서인지 사정이 있어서인지 그냥 장사 안하고 있다. 반면, 섹시한 떡볶이집은 거의 항상 떡볶이를 팔고 있고 계산하고 갈때 인사도 하신다. 서울에서도 떡볶이집은 많지만, 프랜차이즈 포함해서도 맛이나 느낌이 별로라서 잘안먹는데, 여기 떡볶이집 2곳은 맛있어서 올때마다 사먹는다.

 그런데 이번에 조그마한 변화가 생겼다. 섹시한 떡볶이집이 프랜차이즈를 시작했는지, 기존 간판 아래에 '울산 본점'이란 현수막도 더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느낌인지 몰라도 떡볶이 맛이 살짝 떨어졌다. 재료비를 아끼려다 그런걸까? 아니면 추석에 손이 많이 가서 신경을 제대로 못쓴걸까? 일하시는 아줌마도 한분 더 계시던데, 그분이 제대로 못한걸까? 조금 실망스러웠다. 그전에도 떡볶이 떡이 덜익은 느낌은 받았어도 양념은 좋았는데, 이번엔 양념맛 자체에 변화를 느꼈기 때문인듯 하다. 

 오늘은 간판없는 떡볶이 집이 열려있어서 그곳에서 떡볶이를 사먹었다. 우선 어묵 하나를 먹고 떡볶이도 하나 주문해서 먹는데, 순대 찾는 손님이 오자 "순대 다 떨어졌어요. 저기 밑에가서 사세요~" 아줌마는 이렇게 말한다. 호떡찾는 손님이 오자 역시 "호떡 다 떨어졌어요." 이런다. 내가 아줌마한테 조심스레 물었다. "순대랑 호떡재료 더 준비해주시면 다 팔수 있는거 아니에요?" 이렇게 물으니, 그 아줌마는 "순대는 주문했고요, 호떡은 재료 준비한거 다 팔려서 안되요" 이러신다. 나는 "그럼 처음 나오실때 더 많이 준비해오시면 되잖아요. 남은건 냉동실에 보관하고요" 이러니, 아줌마는 "이렇게 추석때는 두 다라이 준비해서 오는데, 보통 준비한거 4~5시면 다 팔려요. 그리고 호떡반죽은 냉동보관하면 발효도 너무 많이 되고 호떡 만들면 맛이 틀려요" 이런다. 

 이 집 떡볶이는 장사 안할때는 있어도, 떡볶이 맛이 없을때는 없었다. 떡볶이 떡도 항상 적절히 부드럽고 양념도 맛있다. 여기 아줌마의 떡볶이 마인드가 그 맛의 차이를 만드는거겠지. 나는 다시 물었다. "직원들 좀 고용해서 재료 충분히 준비하고 많이 파시면 돈 더 많이 버실거 아니에요?" 이러니 "여기 장소도 좁고 남편이랑 둘이 해도 충분히 데요(힘들다? 뭐 이런뜻). 내가 더 못해" 이러신다. 자식들에 대해 물어보니 아들은 직장다니고 딸들은 시집갔다는데 돈 욕심 자체가 그렇게 많진 않은듯했다. 이 아줌마 역시 돈만 보는게 아니라 삶을 전반적으로 조망하는걸지도.. 떡볶이 만드는건 직접 연구하신거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하신다. 

 이런 아줌마가 바로 장인 아닐까? 이 아줌마가 떡볶이 호떡 대신 가방을 만들었다면 에르메스 같은 물건을 내놓지 않았을까? 사업관점에서 그 아줌마와 계약을 맺어서 사업을 키운다면 떡볶이집은 어느 정도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이 아줌마 떡볶이 맛을 다른 떡볶이 직원들도 비슷하게 낼 수 있을까? 이 떡볶이 맛의 힘은 단순한 노하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아줌마 마인드와 손에 있는 것은 아닐까? 돈은 섹시한 떡볶이집 아줌마가 더 잘벌지 않을까? 그런데 앞으로 섹시한 떡볶이집 프랜차이즈는 어찌될까? 

 떡볶이를 먹으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적어봤다.